1-2 석유수출국기구가 고유가 유지에 실패한 원인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교란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은 국제 원유시장에서 비롯하였다. OPEC 회원국들은 원유 판매 수입을 늘리기 위해 세계 유가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원유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가격 인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심하게 상승했을 때는 50% 이상 올랐다. 그리고 얼마 후 또 이런 시도를 했다.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OPEC은 고유가를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상승을 겪은 원유 가격은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자 OPEC 국가들 사이에 혼란이 생겨났다. 이후 회원국의 공조가 완전히 무너져 원유가격은 다시 45% 폭락했다.
이 경험은 수요와 공급이 단기와 장기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단기적으로 원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비탄력적이다. 먼저 공급이 비탄력적인 것은 원유 매장량이 일정하고 원유 추출 능력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소비자들의 구입 습관이 가격 변화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하지 않으므로 수요도 비탄력적이다. 따라서 단기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은 비탄력적이다. 원유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대폭 상승한다.
그러나 장기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장기적으로 높은 유가가 형성되면 OPEC 이외의 산유국들은 석유 탐사를 늘리고 원유 추출 시설도 신출할 것이다. 한편 소비자들은 높은 유가에 대응하여 예컨대 엔진 효율이 낮은 낡은 차를 효율이 높은 새 차로 교체한다. 따라서 장기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은 좀 더 탄력적이다. 장기적으로 공급곡선이 이동하면서 가격 상승 폭은 훨씬 작다.
OPEC이 장기적으로 높은 유가를 유지하는 데 실패한 원인은 원유생산을 줄이면 공급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한다. 회원국이 공급량을 줄이더라도 유가가 많이 올라 단기적으로는 원유 판매 수입이 증간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이 좀 더 탄력적이므로 공급이 같은 폭으로 감소하더라도 가격은 조금밖에 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OPEC 회원국이 다 같이 공급을 줄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실익이 별로 없다. 이제 OPEC 카르텔은 가격 인상이 단기적으로나 가능하지 장기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수요, 공급과 정부 정책
수요 공급 모형을 이용하여 다양한 정부 정책을 분석한다.
가격통제는 정부의 간섭이 없는 경쟁시장에서 거래된다면 수요와 공급은 일치한다. 균형가격에서 소비자들이 사려는 아이스크림의 개수는 생산자들이 팔고 싶어 하는 수량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렇게 자유로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누구에게나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전국 상품 소비자연대는 상품의 가격이 너무 높아서 누구나 하루에 권장 소비량만큼 소비할 수 없다고 불평할지 모른다. 반면에 전국 어떤 상품 제조업 협회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형성된 시장가격 3천원으로는 제조업체의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두 단체는 제각기 정부에 로비하여 직접적인 가격통제를 통해 시장가격을 변동해달라고 요청한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낮은 가격을 원하고 생산자들은 높은 가격을 원하므로 이해가 상충한다. 소비자연대의 로비가 성공한다면 정부는 어떤 상품의 판매가격 최고치를 법으로 정하는 가격상한(어떤 재화 판매가격의 법정 최고치)제를 채택할 것이고, 제조업 협회의 로비가 관철되면 법정 최저가격을 규정하는 가격하한(어떤 재화의 판매가격의 법정 최저치)제가 도입될 것이다.
1-1 가격상한제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정부가 전국 어떤 상품 소비자연대의 압력과 선거자금 지원의 영향을 받아 결국 가격상한제를 도입한다면 다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가격상한이 시장가격 3천원보다 높은 4천원으로 설정되면 이 가격상한은 시장가격과 거래량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경우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은 원래의 균형에서 형성되고, 가격상한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더 흥미로운 경우는 균형가격 3천원이 정부가 설정한 가격 상한 2천원보다 높으므로 이 가격상한은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은 균형가격으로 움직이려고 하지만, 일단 가격상한에 도달하면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따라서 가격상한 2천원이 곧 시장가격이 된다. 이 가격에서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으므로 이 상품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사람이 생긴다. 물량이 부족한 것이다.
가격상한제로 인해 상품의 부족 현상이 생기면 부족한 상품을 할당하는 방식이 자연히 고안된다. 선착순 배분 방식을 적용해서 일찍부터 줄을 선 사람들에게 우선하여 판매하거나, 판매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친구나 지인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 상품에 대한 가격상한제가 도입되었지만, 모든 소비자가 그 혜택을 누리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어떤 소비자들은 상품을 아예 구매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많이 발견된다. 정부가 개입하여 가격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그 재화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판매자들은 다수의 잠재적인 고객 중에서 일부를 선별하여 희소한 재화를 배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격상한제에서 고안되는 할당 방식은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하다.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하는 선착순은 시간의 낭비를 초래하므로 비효율적이다. 판매자들의 편견에 근거한 차별대우는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그 재화에 대해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에게 소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비효율적이다. 반면에 자유경쟁 시장에서 작동하는 배분 방식은 효율적이며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상품 시장의 균형에서는 누구든지 그 가격을 지불하면 그 상품을 살 수 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가격이 재화를 배분하는 것이다.
경제
경제학 공부 29
반응형
반응형
댓글